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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사람들

불길 속 이웃 구하고 숨진 '초인종 의인 안치범씨'

by 사건추적 2021. 10. 18.


2016년 9월9일 새벽 4시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5층 원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김아무개씨(26)가 헤어진 여자친구가 거주하던 건물에 불을 지른 것이다. 불길은 점점 건물 전체로 번져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같은 원룸에 사는 한 청년이 밖으로 대피했다가 119에 신고했다. 그런데 그는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갔다. 건물 계단을 연신 오르내리며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불이 났어요, 빨리 나오세요” “빨리 피하세요”라고 외쳤다. 새벽이라 한창 곤한 잠에 빠져 있던 주민들은 그 소리에 깨서 밖으로 대피했다. 

 

이 청년은 건물 밖으로 나와 몇 명이 나왔는지 확인하고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불길은 더욱 거세져 있었다. 목이 따갑고 숨이 막혔지만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궈진 현관문을 손으로 두드렸다. 

 

쾅쾅쾅!

 

문이 뜨거워서 손바닥이 쩍쩍 달라붙는다. “불이야, 불이야” “일어나세요. 빨리 나오세요!” 이 청년은 이렇게 건물 안에 있던 21개 원룸을 일일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잠들어 있던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사람들이 모두 대피한 사이 소방차가 도착했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친다.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방독면을 쓴 소방대원들이 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5층 옥상 입구에 청년 한 명이 쓰러져 있었다. 그는 취업준비생인 안치범씨(28)였다. 안씨는 연기에 질식해 끝내 원룸을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안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갔다. 옷을 벗기자 목부터 가슴까지 까맣게 타들어가 있었다. 수술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안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아들의 곁을 지키던 어머니는 “치범아, 엄마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꼭 일어나. 꼭 일어나.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 꼭 일어나”하면서 의식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하지만 안씨는 끝내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쓰러진 지 13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안씨 부모는 “평소에도 ‘위험한 일이 생기면 남을 도와주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안치범씨가 위기의 순간에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불길 속에 뛰어든 것은 이런 정신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보내면서 “치범아, 잘 했다. 잘 했어”라며 오열하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씨의 꿈은 성우였다.

 

시험 준비를 위해 사건 두 달 전, 부모와 떨어져 학원 근처 원룸으로 이사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안씨가 숨진 날은 그가 그토록 기다리고 준비했던 입사시험 원수 접수 마감일이었다.




비록 그가 성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났지만, 그의 희생은 세상에 큰 울림이 됐다. 평범했던 20대 청년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원룸 건물이 모두 탔지만 안씨 외에는 인명피해가 없었다.

 

안씨는 사후 마포구 용감한 구민상, 서울시 안전상 등을 받았고, 보건복지부는 2016년 10월 안씨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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