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날의진실

탈주범 신창원과 그를 사랑했던 ‘13명의 여자들’

by 사건추적 2022. 4. 27.


신창원은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후 전국을 오가며 신출귀몰한 탈주극을 벌였다. 무려 907일 동안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다니며 국내 최장기 탈주기록을 세웠다. 

 

그가 오랫동안 숨어지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돈’과 '여자들'이 있었다. 신창원은 도피기간 동안 약 10억을 훔쳤고, 다방 종업원, 주유소 종업원, 카페 종업원, 주점 종업원 등 최소 12명의 여자들과 밀회를 즐겼다. 

 

이중 7명은 길게는 8개월에서 짧게는 일주일간 동거했고, 나머지는 신창원의 정체를 모른 체 손님으로 만났다. 일부는 신창원의 정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신창원이 돈도 많았지만 매우 신사적으로 대했고, "너를 사랑한다" "결혼하자" "내 애를 낳아달라"고 해 여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했다. 거친 세파에 시달려온 여성들은 신씨의 달콤한 말과 돈에 이끌려 그와 동거를 시작했던 것이다.

 

탈주기간 중 신창원이 만났던 여자들, 그들은 누구일까.

 

1997년 1월20일 새벽 신창원은 부산교도소 화장실의 쇠창살을 끊어내고 탈옥했다.

 

교도소 담장을 넘은 그는 인근 500m 지점에서 자전거를 훔쳤다. 이걸 타고 가다 근처 농원에 들어가 양복 1벌과 외투, 구두, 칼을 훔친 후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아났다. 

 

오전 6시에 택시를 잡아타고 경부고속도로 진입해 서울로 잠입했다. 택시기사를 위협해 차비를 내지 않고 오히려 2만원을 빼앗아 챙겼다. 택시기사가 신고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충남 천안으로 내려왔다. 

 

신창원은 안전한 은신처 확보를 위해 여자를 이용하기로 한다. 평소 위장병과 간염을 앓았던 그는 술을 즐겨하지 않았기에 주로 다방종업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첫 번째 여자 전씨(천안)

1월30일, 원성동의 한 다방에 들어간 신창원은 종업원인 전소연(가명‧31)에게 접근했다. 양복차림의 말쑥한 모습이었다. 

 

전씨가 다가오자 “어디 아파요? 얼굴이 많이 안 좋은데 무슨 문제 있어요?”라고 물었고 “감기 몸살이라서 좀 피곤해요”라고 하자 그는 즉시 다방을 나가 약국에서 감기 몸살 약과 에너지 드링크를 사 왔다.



전씨의 호감을 산 신창원은 티켓을 끊어 자주 데이트를 즐겼다. 전씨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돈을 잘 쓰는데다 매너까지 좋은 신창원에게 푹 빠져든다. 신창원은 전씨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으나 신고는커녕 오히려 “우리 함께 살아요”라는 말을 듣는다. 

 

두 사람은 3월부터 동거를 시작한다. 처음 한 달 간은 여관에서 동거하다가 4월 중순 충남 아산시 배방면 빌라를 월세로 빌려 살면서 절도행각을 벌인다. 9월28일에는 천안시 목천면 빌라를 6천만원(25평)에 전씨 명의로 구입해 이사했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여느 부부처럼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살았다. 전씨는 신창원과 함께 도둑질에 나서 망을 보고, 신창원이 훔친 패물을 처분하는 역할도 했다. 이렇게 전씨 통장에 모인 돈이 3천만 원에 달했다.

 

10월16일 오전 5시 신창원은 탈옥 후 처음으로 경찰과 맞닥뜨린다. 그가 자주 다니던 자동차 정비업소 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빌라에 들이닥쳤다. 신창원은 오른쪽 눈 밑과 머리에 가스총을 맞았지만 가까스로 도주했다. 

 

전씨는 “신창원인 줄 몰랐다”고 거짓말했다. 이때 출동했던 김경장(30)은 전씨를 성폭행한다. 

두 번째 여자 강씨(평택)

같은해 10월26일 신창원은 평택시 신장동에 위치한 한 다방에 들어섰다. 종업원들을 눈 여겨 보다 키가 작고 앳띤 얼굴의 강미자(가명‧21)를 점찍었다. 며칠동안 매일 강씨가 일하는 다방에 나와 눈도장을 찍었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자 자신의 거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서 티켓을 끊었다. 특별히 강씨가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둘은 하루종일 데이트를 즐기다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다. 신창원은 자신을 건축업자라고 소개했다. 다음날 신창원이 그랜저승용차를 타고 강씨 앞에 나타났고 하루를 같이 보냈다. 

 

강씨의 환심을 샀다고 판단한 신창원은 ”같이 살자“고 말했다. 돈 잘 쓰고 자상한 신창원이 싫지 않았던 강씨도 동의했다. 신창원은 강씨에게 500만원을 주고 빚을 갚으라며 다방을 그만두게 했다. 


평택에 빌라를 얻은 두 사람은 동거에 들어간다. 신창원은 고급 장롱과 화장대 등을 들여놓고 신혼 살림방처럼 꾸몄다. 2~3일씩 절도를 위해 집을 비울 때는 ”지방으로 출장간다“고 말했다. 

 



집이나 차에는 신분을 드러낼 만한 어떤 소지품도 두지 않았다. 윗몸에 가득한 문신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잠자리에서도 항상 웃옷을 입고 있었다. 신창원은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겼고, 강씨도 이것저것 캐묻지 않았다. 

 

둘이 있을 때는 여느 신혼부부와 다를 바 없었다. 요크셔테리를 애완견으로 키웠는데 이름을 ‘현순’이라고 지었다. 그렇게 꿈결 같은 두 달이 지났다.


신창원은 강씨와 동거하면서 동거녀인 전씨와 계속 연락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창원이 연락을 끊자 전씨는 평택 시내를 뒤진 끝에 신창원의 차를 발견하고 빌라에 찾아든다. 신창원이 어린 여자와 동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전씨는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떠났다. 

 

천안으로 돌아간 전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다가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관에게 신창원의 은신처를 제보한다. 12월30일 경찰이 강씨와 살고 있던 빌라를 덮쳤다. 신창원은 재빨리 옥상으로 올라가 반대편 건물로 뛰어 이동한 후 계단을 통해 빠져나왔다. 

 

신창원이 떠난 후 강씨는 비로소 그의 정체를 알게 됐다. 또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키울 자신이 없자 낙태했다. 1998년 1월11일 신창원은 전씨에게 보복할 생각으로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고, 전씨는 경찰에 알렸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신창원은 약속 장소인 천안시 광덕면 매당리의 한 식당에 갔다가 경찰과 맞닥뜨렸다. 그는 경찰과 격투를 벌였고 권총까지 빼앗아 달아났다. 

세 번째 여자 유씨(구미)
네 번째 여자 이씨(칠곡)
다섯 번째 여자 김씨(김천)
여섯 번째 여자 신씨(성주)
일곱 번째 여자 박씨(성주)

신창원은 1998년 3월부터 경북 구미, 성주, 칠곡, 김천 등지에서 도피생활을 하며 5명의 여자를 만났다. 

 

3월29일 구미시 황상동의 한 다방에서 유정화양(가명‧16)을 만나 옷을 사주고 환심을 사며 연애했고, 4월11일 칠곡군 약목면에서 다방종업원으로 일하던 이미숙씨(가명‧27)에게 휴대전화를 사주며 접근했다. 

 

김천에서도 다방종업원 김정숙씨(가명)와 연애를 즐겼다. 

 

경찰에 붙잡힌 동거녀 신씨.

성주에서는 초전면에 있는 다방종업원 신정선씨(가명‧30)의 빚 200만원을 갚아주고 사글세 방을 얻어 동거했다. 여기서 100m쯤 떨어진 다방종업원 박지영씨(가명‧29)와도 밀회를 즐겼다. 

 

약 1시간 거리인 지역을 오가며 훔친 돈으로 흥청망청 방탕하게 놀았던 것이다.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20일까지 번갈아 사귀며 돌아다녔다.



여덟 번째 여자 박씨(서울)

5월18일 경북 생활을 청산한 신창원은 7월9일 새 여자를 물색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역 앞 집창촌에 나타났다. 윤락녀인 박향자씨(가명·25)를 만난 신창원은 환심을 사기 위해 첫날밤은 그냥 보내고, 다음날부터 ‘긴 밤’을 끊어 내리 3일간 박씨와 서울 시내를 돌며 비유를 맞춰줬다. 

 

신창원은 박씨에게 800만원을 주며 ”사랑한다. 같이 살자“고 유혹했다. 7월5일 신창원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5만원을 주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빌라를 계약했다. 
신창원은 박씨와 동거하며 강남 일대를 돌아다녔는데 심지어 송파경찰서에서 500m 거리인 오금공원에 자주 놀러다녔다. 

 

그러나 박씨와의 달콤한 동거생활도 사소한 말다툼이 발단이 돼 일주일만에 막을 내렸다. 7월16일 새벽 신창원은 강남구 포이동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게 되자 타고 있던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 

아홉 번째 여자 신씨(익산)

신창원은 이번에는 무대를 바꿔 전북 익산시로 이동한다. 

 

같은 해 12월 초 동산동에서 카페종업원인 신지영씨(가명‧21)를 만나 동거한다. 약 한 달 후인 1999년 1월8일 시내 한 호프집에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임의동행을 요구받는다. 신창원은 파출소 앞까지 갔다가 감시소홀을 틈타 도주했다. 


동거녀 신씨는 경찰에서 ”그와 만난 이후 10여차례 성관계를 가졌으나 그때마다 상의를 벗지 않았다“며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탈옥수 신창원이라고 의심할만한 것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신창원 일기장.


열 번째 여자 조씨(천안)

3월 중순 다시 천안으로 숨어든 신창원은 봉명동의 한 주유소에서 여종업원 조진영씨(가명)을 만나 2개월간 교제하다 청혼했으나 거절당하자 헤어졌다.

 

열 한 번째 여자 정씨(천안)

이어 인근 다방종업원 정현주씨(가명‧20)를 유혹해 여관에서 동거에 들어갔다. 6월1일 다방 업주가 “종업원 정씨가 신창원으로 보이는 남자와 만나고 있다”고 신고해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정씨는 “신창원이 있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한 뒤 정반대 쪽으로 형사들을 데려가는 등 도주하도록 시간을 벌어줬다. 그사이 신창원은 은신처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었다.

마지막 여자 김씨(논산-순천) 

6월25일 신창원은 논산시의 한 단란주점에 들어갔다. 혼자 술을 마시러 온 신창원을 김명자씨(가명‧26)가 접대한다. 김씨의 연락처를 받은 신창원은 다음날 오전 전화해 “점심을 같이 하자”고 말했다. 


김씨가 나오자 신창원은 자신의 정체를 밝힌 뒤 가방 안에 있는 돈을 보여주며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김씨가 주저하자 "술집에 빚이 있느냐"고 물었고, "빚이 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씨가 “고향인 순천에서 살고 싶다”고 했고, 두 사람은 6월27일 승용차를 타고 전남 순천으로 잠입한다. 길을 가다 ‘금당지구 대주 파크빌 모델 하우스’ 분양공고를 보고 분양가 8천55만원인 29평형 아파트를 분양받는다. 

 

두 사람은 입주하면서 대형침대와 가구 등의 살림살이와 운동기구 등을 새로 들여왔다. 7월16일 오전 김씨는 자동차 대리점에 갔다. 

 

김씨가 외출한 후 가스레인지를 손보러 수리공이 왔고, 신창원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907일 간의 달콤했던 탈주극도 막을 내렸다. 아파트 입주 16일 만이다. 

 

안방 옷장 안에서는 1억8천130만원이 든 옷가방 3개가 나왔다. 김씨는 신창원의 검거사실을 알고는 달아났다가 가족의 권유로 자수했다.■ 

 신창원의 첫사랑 

1989년 3월, 신창원은 공범들과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한다. 강도를 벌이는 과정에서 공범 중 한 명이 집주인을 살해했다. 신씨는 재판에서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때 신씨의 나이 스물 두 살 때다. 당시 그에게는 이선화(가명)라는 동거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신창원이 구속된 후 경찰서와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한 번씩 면회한 후 소식을 끊었다. 신창원의 수기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그녀가 힘들어하는 걸 감당할 수 없어서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고 적었다. 
신씨는 이씨를 잊는데만 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했다. 이씨는 신창원이 탈옥한 후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신창원은 탈주 중 두 번째로 동거했던 강미자에 대해 “10여 일을 떠돌다 미자를 알게됐고 그녀의 모습이 선화와 닮은 점이 너무 많았다. 그 때문에 정이 갔고 그녀와 동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도피처가 필요했기에 강미자와 동거를 시작한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리드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