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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진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의 '마지막 여자'

by 사건추적 2022. 4. 28.


1999년 6월25일 새벽, 신창원은 충남 논산의 한 단란주점에 들어갔다. 혼자 술을 마시러 온 신창원을 김명자씨(가명‧26)가 접대한다. 김씨의 연락처를 받은 신창원은 다음날 오전 전화해 “점심을 같이 하자”고 말했다.

김씨가 나오자 신씨는 "내가 탈옥수 신창원"이라며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김씨가 "어떻게 믿느냐"고 하자 현금이 가득 들어있는 여행가방을 보여줬다. 

신창원은 김씨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했고, 주저하자 "술집에 빚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씨가 "빚이 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소원이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다. 

김씨가 “고향 순천에서 살고 싶다”고 했고, 신창원이 흔쾌히 받아들인다. 6월27일 밤 두 사람은 신창원의 충남 번호판인 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국도를 거쳐 순천에 잠입한다. 

 

시내 여관에서 이틀밤을 잔후 길을 가다 ‘금당지구 대주 파크빌 모델 하우스’ 분양공고를 보게 된다. 신창원이 갖고 있던 4천만원과 건설회사 융자금 4천만원으로 연향동에 신축한 분양가 8천55만원인 29평형 아파트(2층)를 분양받는다. 

신창원은 1‧2층만 고집했다. 높은 층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남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이었고, 만약의 상황에 도주가 용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 도피생활에 지쳐있던 신창원은 상당기간 이곳에서 은신할 생각이었다. 7월1일 입주한 신창원과 김명자는 신혼 부부처럼 대형침대와 가구, 전자제품 등 살림살이를 장만했고, 체력관리를 위해 러닝머신, 아령, 역기 등 운동기구도 새로 들여놨다. 

 

애완견(마르티스종)도 키웠고 이름은 '진이'라고 지었다. 두 사람은 낮에는 함께 집에 있고 밤에만 돌아다니는 올빼미 생활로 주위의 이목을 따돌렸다. 이때도 주민들의 통행이 많은 정문보다 인적이 드문 후문을 이용했다. 

신창원은 김씨에게 수시로 "사랑한다"고 말했고, 외출할 때는 업어주기도 했다. 요리책을 보며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김씨는 이런 신창원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믿었다. 

김씨는 또 신창원이 반려견을 데리고 노는 것을 보고 '이렇게 순진한 사람이 어떻게 살인범일까'하는 생각을 자주했다. 

 

7월16일 가스레인지가 점화되지 않자 김명자는 서비스업체를 불렀다. 오후 1시쯤 김씨는 자동차 할부계약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순천영업소를 방문했다. 

앞서 신창원은 김명자가 갖고 싶다던 노란색 티뷰론 1천8백cc 오토매틱을 1천3백50만원에 구입키로 계약하고 계약금 10만원을 지불했었다. 



오후 2시쯤 가스레인지 서비스업체 김영근씨(29)는 신창원이 은신하고 있던 아파트에 들어갔다. 현관문 벨을 몇 차례 누르자 한 남자가 문을 열어줬다. 김씨는 인상착의가 신창원과 비슷하다고 보고 집안을 주의깊게 둘러봤다. 

김씨는 군대 시절 정보부대에서 근무한 만큼 관찰력이 남달랐다. 

 

신혼부부 같았으나 거실에는 결혼사진이 걸려 있지 않았고, 현관 입구쪽 에 운동기구만 놓여 있는 것 등이 수상했다. 

김씨는 분양 사무소를 찾아가 계약자 명단을 확인해 계약자가 남자가 아닌 '김명자' 이름으로 된 것을 확인하고 112에 신고했다. 순천경찰서는 형사대 40명을 현장에 출동시켜 아파트를 포위했다. 

오후 5시20분쯤, 경찰이 아파트 벨을 눌렀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자 강력반 형사 3명이 베란다를 통해 안으로 들어갔고, 신창원과 마주치자 권총을 겨눠 제압한 후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지문 조회결과 신창원으로 확인됐다. 안방 장롱속에서는 현금 1억8천여만원이 든 옷가방 3개가 나왔다. 

또 길이 40㎝ 정도의 회칼과 절단기, 망치, 쇠톱, 드라이버 등과 훔친 차량 번호판 15개, 변장을 위한 옷 10여점, 전국지도, 도주할 때 필요한 고기 굽는 석쇠와 번개탄, 15ℓ들이 휘발유 등 100여 점도 확보했다. 

이로써 신창원은 신출귀몰한 2년6개월간의 도피행각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씨는 신창원의 검거사실을 알고는 달아났다. 먼저 그간의 행적이 밝혀지지 않도록 휴대전화를 없어버렸다. 가족의 권유로 자수한 후에는 신창원에게 불리할 만한 진술은 모두 거부했다. 

또 자신 보다는 신창원의 안부를 더 걱정했다. 그녀는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람이 착하고 진실해 보였으며 짧은 만남이었지만 연민의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를 범인 은닉 혐의로 구속했으나 40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불구속 기소된 김씨는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신창원은 907일간의 도피 기간 중 최소 12명의 여자와 밀회를 즐겼다. 이중 7명은 길게는 8개월에서 짧게는 일주일간 동거했고, 나머지는 신창원의 정체를 모른 체 손님으로 만났다. 



일부는 신창원의 정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여성들의 직업은 다방 종업원, 주유소 종업원, 카페 종업원, 주점 종업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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